멘토K 컬럼 · 스타트업 창업 · 2026-10-11 · 김용한 박사

고객은 좋다고 했는데 왜 쓰지 않을까, 창업 초기 인터뷰에서 놓치는 질문

고객의 최근 행동과 기존 대안에서 실제 도입을 가로막는 조건을 찾아라

초기 고객 인터뷰에서는 아이디어에 대한 호의와 실제 사용 의사를 구분하고, 고객이 최근 문제를 처리한 행동과 기존 대안을 확인해야 한다. 확인된 사실·창업자의 해석·미확인 사항을 나누어 기록하고 작은 후속 행동으로 연결하면 다음 실험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고객은 좋다고 했는데 왜 쓰지 않을까, 창업 초기 인터뷰에서 놓치는 질문

좋다는 말 뒤에 남겨진 빈칸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자리는 창업자에게 작은 시험대처럼 느껴진다. 밤늦게까지 고친 화면을 보여주고,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면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며칠 뒤 사용 안내를 보내면 답이 없다. 이때 곧바로 홍보가 부족했다고 결론 내리면, 고객이 멈춘 이유를 확인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상대의 호의는 소중하다. 다만 호의와 구매 의사, 실제 사용은 서로 다른 정보다. 설명이 이해됐다는 뜻인지, 불편은 있지만 지금 해결할 정도는 아니라는 뜻인지, 비용이나 전환 부담 때문에 망설이는지 분리해서 살펴야 한다. 초기 인터뷰의 목표를 좋은 평가를 받는 일에 두면 이 차이가 쉽게 가려진다.

미국 중소기업청(SBA)은 기존 자료를 활용하는 시장조사와 소비자에게 직접 확인하는 조사를 구분하며, 심층 인터뷰를 직접 조사 방법의 하나로 안내한다. 다음 질문은 이 일반 원칙을 현장에 적용한 구성으로, 사업성을 보증하는 공식은 아니다.

미래의 약속보다 최근의 장면을 묻는다

‘이 서비스가 나오면 쓰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은 답하기 쉽다. 반면 실제 선택의 조건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제품 설명을 잠시 내려놓고, 고객이 최근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장면부터 물어보자. ‘마지막으로 그 일을 처리한 때가 언제였나요’, ‘그때 어떤 순서로 해결하셨나요’처럼 기억할 수 있는 행동에 질문을 붙인다.

예를 들어 소규모 팀의 업무 정리 도구를 준비한다면, 일정 관리가 불편한지부터 확인하기보다 최근 일정이 어긋난 하루를 돌아보게 할 수 있다. 누가 먼저 알아차렸는지,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다시 정리하는 데 무엇이 필요했는지를 듣는다. 이는 설명을 위한 가상 장면이며 실제 기업의 사례나 조사 결과는 아니다.

중간에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면 대화는 제품 평가로 바뀐다. 고객이 엑셀이나 메신저로 버티고 있다면 그 방식이 왜 남아 있는지도 들어야 한다. 익숙하고, 동료에게 설명하기 쉽고, 별도 승인이 필요 없어서일 수 있다. 새 제품이 넘어야 할 상대에는 경쟁사의 기능뿐 아니라 기존 습관을 바꾸는 부담도 포함된다.

문제의 크기와 구매 조건을 따로 기록한다

불편을 자세히 들었다고 해서 바로 유료 수요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불편이 얼마나 자주 생기는지, 현재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누가 도입을 결정하는지를 나누어 기록한다. 여기서 대가는 돈만 뜻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재작업, 확인 전화, 담당자가 자리를 비울 때 생기는 공백도 관찰할 단서다.

특히 기업을 고객으로 삼는 스타트업은 사용자와 구매 결정자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실무자가 필요하다고 느껴도 예산을 정하는 사람, 보안을 검토하는 사람, 기존 시스템을 관리하는 사람의 조건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인터뷰 상대 한 사람의 긍정적인 답을 조직 전체의 도입 의사로 확대하지 말자.

기록지는 세 칸이면 시작할 수 있다. 첫 칸에는 고객이 실제로 말하거나 보여준 사실, 둘째 칸에는 창업자의 해석, 셋째 칸에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을 적는다. ‘매주 자료를 다시 모은다고 말했다’와 ‘자동화에 비용을 낼 것이다’가 다른 칸에 놓여야 한다. 해석을 사실처럼 적어두면 다음 회의에서 가정이 어느새 근거로 바뀐다.

반응을 작은 다음 행동으로 연결한다

대화의 끝에는 고객에게 큰 약속을 요구하기보다, 확인할 수 있는 다음 행동을 제안해 보자. 본인이 선택한 날짜에 시제품을 함께 살펴보거나, 민감한 정보를 지운 작업 예시로 실제 절차를 설명해 주는 정도다. 상대가 부담 없이 거절할 수 있게 하고, 자료를 받을 때에는 필요한 범위와 사용 목적부터 분명히 한다.

그 행동이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매출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좋다’는 평가에 머물렀을 때보다 무엇에 시간을 내고 어디에서 멈추는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참여를 약속한 사람이 오지 않았다면 이를 실패로만 기록하지 말고, 일정 문제인지 필요성이 낮은지 확인할 다음 질문을 남긴다.

작은 인터뷰 몇 건은 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통계가 아니다. 비슷한 처지의 지인만 만나면 다른 고객의 조건이 빠질 수 있다. 인터뷰 대상이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인지 함께 기록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찾아보자. 숫자를 채우는 것보다 서로 다른 조건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 확인하는 일이 먼저다.

이번 주에는 질문 하나를 바꿔보자

다음 고객 미팅을 앞두고 있다면 소개 자료의 분량을 늘리기 전에 첫 질문부터 고쳐보면 좋겠다. ‘저희 아이디어가 어떤가요’ 대신 ‘최근에 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셨나요’로 시작해 보자. 제품을 설명하는 시간은 조금 뒤로 미루고, 상대가 자기 언어로 하루를 이야기할 여백을 남긴다.

미팅이 끝나면 확인된 사실 하나, 아직 남은 가정 하나, 다음에 확인할 행동 하나를 팀과 공유한다. 가설이 흔들렸다면 그 내용을 감추지 않는 편이 낫다. 개발을 더 진행하기 전에 방향을 조정할 근거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기능을 정하기 전에 고객이 멈춘 장면부터 다시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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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용한 박사(멘토K)는 경영학박사이자 엠아이넥스트㈜ 대표다. 1999년부터 기업·공공·로컬 현장에서 전략기획, 창업·R&D, 국비공모, 상권·관광, AI 전환을 연구하고 실행해 온 경영컨설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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